조현재 "2011년, 일과 사랑 모두 쟁취해야죠"(인터뷰)
[TV리포트 서은혜 기자]
어린왕자처럼 순진한 눈망울을 굴리던 조현재는 없었다. 그는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이었던 SBS TV ‘49일’에서 신지현(남규리 분)을 살리기 위해 강한 남자의 면모를 보였고, 송이경(이요원 분)을 “쏭”이라고 부를 만큼 제법 능글맞아졌다.
“드라마 출연이 처음에는 부담이 컸어요. 그래도 전역 후 일을 하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군대에서는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없어서 힘들었어요. 또 전역 후에는 5개월이 지나도록 작품을 하지 못한 탓에 그냥 있어도 괴로웠고요”
이처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기에 대한 극심한 갈증을 겪었던 때문일까. ‘49일’에서 조현재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기존의 매력보다 더욱 다양한 모습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씩 종영을 실감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 속 시원한 이야기를 나눴다.
◆ ‘49일’ 이요원-남규리? 손병호 선배님이 가장 웃겨
조현재, ‘49일’을 찍으면서 참 고생도 많았다. 생방송 촬영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낸 조현재는 촬영 막바지에 접어든 한 달 동안은 집에도 못가고 잠도 자지 못하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일도 다반사였다.
“잠을 자지 못하니까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도 제가 잠을 자고 있더라고요. 또 소화도 안 되고, 화장실도 못 가고, 얼굴은 푸석푸석하고, 입안이 헐어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지경까지 왔어요. 눈도 안 떠지고 짧은 대사 하나도 못하겠더라고요”
당시를 떠올리는 조현재를 보고 있으니 ‘안쓰럽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함께 호흡했던 배우들 덕분에 그는 ‘으쌰으쌰’ 힘을 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편한 호흡의 이요원과 매사 열심히 했던 남규리, 하지만 그에게 가장 큰 힘을 준 사람은 손병호였다.
“손병호 선배님이 가장 웃겼어요. 눈이 안 떠질 때면 선배님이 등짝을 때려줬고, 리허설을 할 때 장난도 많이 쳤고, 연기적인 부분도 배울 수 있었죠. 선배님 덕분에 정말 웃으면서 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선배님과 재미있는 작품을 꼭 같이 하고 싶어요(웃음)”
◆ 아이돌 그룹에서 안방극장 ‘순정남’에 등극하기 까지
어렸을 적부터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가 되길 꿈꿔왔다. 그리고 1998년, 아이돌 그룹 가디언의 멤버로 데뷔하기까지 꼬박 1년을 연습생으로 지냈다. 하지만 가디언이 전파를 탄 것은 단 한 번뿐, 어려워진 사무실 사정으로 인해 가디언은 그렇게 허무하게 해체됐다.
“딱 한 번 방송에 출연했던 것이라 가수로 활동했다고는 볼 수 없어요. 하지만 1년 연습이 도루묵이 되니까 어린 나이에 상처를 많이 받았죠. 이후 연예계를 1년 간 떠나 있다가, 차근차근 연기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게 됐죠”
이후 2000년 CF를 시작으로 조현재는 약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러브레터’ ‘구미호 외전’ ‘아빠 셋 엄마 하나’ ‘서동요’ 등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고, 때론 순정만화 속 주인공처럼 때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순정남’으로서 자신의 보폭을 조금씩 넓혀나갔다.
“벌써 10년이 됐네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만족하지는 않아요. 앞으로 만족할 수 있을만한 작품을 만나는 것이 바람이에요.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환경이 할리우드처럼 안정됐으면 좋겠고, 그런 상황에서 연기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 실제성격? 롤모델도 이상형도 모두 ‘오픈마인드’
그렇다면 모두가 궁금해 할 순진무구한 역할만 해왔던 조현재의 실제성격은 어떨까? 이에 조현재는 “특히 여성들이 절 어린왕자의 이미지로 보는데,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남성다운 카리스마가 있는 역할을 못해본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롤모델과 이상형 역시 ‘오픈마인드’로 할 만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롤모델은 모든 사람이 될 수 있어요. 한 사람을 롤모델로 정하고 따라하는 것은 배우로서 어리석은 일 같아요”
그런 조현재의 목표는 무엇일까? “멀쩡한 역할보다는 빈 구석이 있는 인간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배우니까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기도 하고요. 또 이상형도 열어 둬서 올해는 일과 사랑을 다 쟁취하겠어요(웃음)”
촬영의 여독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얼굴에 피곤한 기색을 드리웠던 조현재. 그럼에도 연기와 차기작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눈빛을 반짝였던 조현재. 긴 공백을 깨고 또 하나의 큰 산을 용감하게 넘은 조현재,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Credits
사진=스타엔히트 엔터테인먼트
서은혜 기자 eun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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